[김학수의 사람 ‘人’] “플레이하겠습니다. 핸드폰을 내려주세요”...아픈만큼 더 성장한 올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자 김비오 |
김학수 기자, 작성일 : 2022-05-10, 조회수 : 1373 |
GS칼텍스 매경오픈 마지막날 챔피언조에 다시 섰다. 10년전 22세의 나이로 기세좋게 우승할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3라운드까지 4타차 단독선두에 나서 여유를 가질만했지만 마음은 결코 그렇지 못했다. 챔피언조에서 우승을 다투는 상대 선수를 의식해서만은 아니었다. 3년여전 이른바 ‘손가락 욕’ 파문이후 처음으로 수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남자 골프대회는 2년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르다 지난 5일부터 남서울CC에서 벌어진 GS칼텍스 매경오픈부터 본격적으로 관중 입장을 허용했던 것이다. 1번홀 티그라운 주위에는 수 많은 갤러리들이 그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은 김비오 선수입니다’라는 소개와 함께 그가 캐디와 함께 티 박스에 섰다. 캐디가 “플레이하겠습니다 핸드폰을 내려주세요“라며 큰 소리로 말했다. 평소 중요 대회에서 캐디들이 잘 쓰는 말이지만 결코 평범하게 들리지 않았다. 불편했던 그 사건이 떠오르기 때문이었다. 이 말과 함께 수백여명의 갤러리들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이내 김비오가 힘차게 휘두른 드라이버샷은 페어웨이 정 중앙을 향해 쭉 뻗어 나갔다. 김비오(32)는 올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모처럼 국내 갤러리 앞에서 플레이를 펼쳤다. 2019년 DGB금융그룹 볼빅 대구경북오픈 최종 라운드 도중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 소리가 난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해 파문을 일으킨 후 갤러리를 만난 것은 이번 대회가 처음이다. 당시 우승하고도 웃지 못했던 그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로부터 3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가 1년으로 경감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 필드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사건’이후 그는 많이 달라졌다. 회한과 반성의 시간을 가지며 마음을 비우고 프로선수에 걸맞게 열심히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 재기를 기대하며 한층 더 성숙해졌다. 봉사활동과 기부도 틈틈이 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무관중 속에 치러졌던 지난 해 시즌 최종전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던 그는 "앞으로는 실수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아시안투어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대회에 출전했다. 출전한 5차례 대회 중 3차례 톱10에 들었다. 이번 매경오픈에서 그는 많은 갤러리들 앞에서 인사에 신경을 쓰며 조심했고 모범적인 행동을 하기까지 했다. 3라운드에서 경기 도중 운영 요원이 갑자기 쓰러진 상황을 가장 먼저 목격하고 신속하게 응급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우는 모범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3년만에 다시 만난 갤러리들 앞에서 10년전의 매경오픈 우승을 재현하며 활짝 웃을 수 있었다. 우승의 영광을 안기까지는 남모를 아픔과 고통의 시간을 보냈기에 더욱 각별해 보였다. 큰 시련을 겪은 뒤 더욱 성숙해짐 모습의 그는 “주변의 관심으로 큰 힘을 얻었다. 앞으로 팬들과 더욱 가까워지며 좋은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10년만에 다시 매경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그의 삶의 궤적을 들여다본다. 반성과 용서의 시간 김비오는 한동안 동료 프로골퍼를 포함해 주변 사람들을 만나기조차 꺼리는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욕설 파문이 꼬리표로 따라다니며 심적으로 괴로웠고, 정상적으로 훈련에 집중할 수 없었다. 자신감까지 잃으며 선수생활을 지속할 것인가를 놓고 깊은 고민을 하기도 했다.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생각하고 반성과 용서를 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비오는 “힘든 시간이었다. 불미스러운 일을 기화로 인성 관리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나에 대해 크게 실망한 골프팬들에게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자기 수양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고 밝혔다. 김비오는 코리안투어 2010년 대상, 신인왕, 최저타수 1위 등을 휩쓸며 혜성같이 기대주로 떠올랐다. 미국프로골프(PGA) 2부투어에서 활약하던 중 2012년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합계15언더파 273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프로골프(KPGA)에서 7승을 수확한 김비오는 2019년 가을 대구경북오픈 당시 갤러리의 카메라 셔터소리에 흥분해 손가락욕을 하는 바람에 큰 파문을 일으켰었다. 16번홀에서 다운 스윙을 하던 중 갤러리틈에서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음이 들린다는 이유로 갤러리를 향해 손가락으로 욕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소리에 움찍한 김비오는 티샷실수를 했고 갤러리를 향해 몸을 돌린 뒤 가운뎃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욕설을 했다. 이 장면은 TV 생중계 화면을 통해 그대로 전파됐다. 이 행위로 자격정지 3년에 벌금 1천만원 징계를 받았던 김비오는 이후 자격정지 1년, 봉사활동 120시간, 벌금 1천만원으로 징계가 줄었지만 최종 6개월로 끝났지만 심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당초 김비오의 손가락 욕설은 특정인을 대상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소리 난 방향으로 몸을 돌려 순간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승부 기질이 강하고 감정 표현에 솔직한 그의 스타일이 드러난 것이었다. 김비오의 징계를 두고 골프계에서는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우발적으로 발생한 일을 갖고 프로선수에게 ‘사형’과도 같은 출전자격을 정지시키는 것은 지나친 결정이 아니냐는 것이다. 벌금형 등으로도 얼마든지 징계 효과를 올릴 수 있었다는게 골프관계자들의 분석이기도 했다. 김비오가 경기 후 18번 홀 그린에서 갤러리를 향해 “앞선 16번홀에서 너무 죄송하게 대처했다.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더 성숙한 골프 선수가 되겠다”고 공식 사과했다. 국내 대회 출전이 불허된 그는 한동안 아시아투어대회로 선수 생활을 이어 나갔다. 2020년 2월 태국 후아힌 레이크뷰 리조트 앤 골프클럽에서 열린 2020 아시안투어 퀄리파잉스쿨 파이널 스테이지 대회에서 최종 합계 11언더파 344타를 쳐 공동 5위로 통과했다. 아시안투어는 이 대회에서 공동 35위까지 든 선수에게 투어 출전 자격을 부여했다. 그는 당시 비록 국내 대회에 출전하는 길이 징계로 인해 막혔지만 아시안 투어로 대신할 수 밖에 없었다. 2020년 7월 구자철 회장의 새 KPGA 집행부는 그의 징계 해제 2달여를 앞두고 회원간 화합을 위해 특별 사면을 결정했다. 이에따라 그는 2020년 8월21일부터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부터 KPGA 투어에 출전할 수 있었다. 우승 인연이 있었던 매경오픈이 공교롭게도 징계에서 해제된 그에게 출전의 행운을 안겨준 셈이다. ‘김비오 시대’를 활짝 연 무대, GS칼텍스 매경오픈 2012년 이 대회에서 우승했던 김비오는 10년 만에 타이틀을 탈환했다. GS 칼텍스 매경오픈에서 2차례 우승은 박남신(63), 최상호(67), 김경태(36), 박상현(39), 이태희(38)에 이어 여섯 번째다. GS 칼텍스 매경오픈에서 3번 이상 우승한 선수는 아직 없다. 미국 PGA 통산 13승 기록을 갖고 있는 마크 켈커베키아가 2004년 GS 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을 한 이후 2005년 대회부터 외국인 선수를 제치고 한국인 선수가 정상에 오르는 강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GS칼텍스 매경오픈은 ‘김비오 시대’를 활짝 열게 해준 무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 우승을 했고, 징계 해제이후 첫 출전한 대회이기 때문이다. 사시 이번 대회 우승은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4타차 선두로 시작했다가 7번홀에서 한때 동타를 허용하기도 했다. 김비오는 4번홀(파5)에서 티샷을 좀 끌어 당겨쳐 볼이 카트길 아래 내리막으로 굴러 떨어졌다. 나무들에 가려 직접 홀 방향으로 공략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빈 공간이 있는 페어웨이 방향으로 레이업을 한 뒤 약 200m의 3번째 샷을 롱아이언으로 그린에 올린 뒤 2퍼팅으로 파로 막았다. 6번홀(파3)에선 티샷이 벙커에 에그프라이 상태로 빠져버렸다. 한 번에 탈출을 했지만 보기로 1타를 잃었다. 이때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며 GS 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준우승 두 번(2011년, 2020년)을 차지해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인 챔피언조 경쟁자 조민규(34)가 거센 추격의 불을 댕겼다. 조민규는 5번홀(파4) 버디로 추격에 시동을 걸었고, 김비오가 보기를 한 6번 홀에서 2m 버디를 잡아내 1타차로 따라붙었다. 조민규는 7번홀(파4)에서 또 버디 퍼트를 집어넣고 김비오와 공동선두로 올라섰다.김비오는 조민규가 8번홀(파4)에서 1타를 잃은 덕에 1타차 선두로 올라섰고, 9번 홀(파5) 버디로 2타차로 달아났다. 우승의 향방은 엉뚱하게도 조민규의 규정 위반으로 갈라졌다. 김비오와 조민규가 11번 홀(파3) 티샷을 마치고 그린으로 이동하던 중 달려온 경기위원은 조민규가 9번 홀(파5)에서 규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2벌타 부과를 통보했다. 2개 그린을 번갈아 사용하는 코스에서 대회 때 사용하지 않는 그린에 볼이나 스탠스가 걸린 채 경기하면 2벌타를 주는데, 조민규는 세 번째 샷을 칠 때 사용하지 않는 그린을 두 발로 밟고 쳤다는 것이다. 2018년까지는 볼만 그린 밖으로 꺼내 치면 됐지만, 2019년부터 바뀐 규정에는 스탠스도 그린을 벗어나야 한다. 조민규는 바뀐 규정을 미처 숙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9번 홀 스코어가 파에서 더블보기로 바뀌면서 김비오는 조민규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타수 차이는 최종 라운드를 시작할 때 똑같은 4타로 벌어졌다. 여유를 가진 김비오는 18번 홀에서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며 타수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4번홀과 같이 레이업으로 위기를 벗어나며 보기로 막아 2타 차 우승을 확정했다. 챔피언 퍼트를 넣은 김비오는 징계 해제 이후 처음 우승했던 작년 11월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때처럼 격한 세리머니는 삼가고 오른 주먹을 가볍게 쥐어 보였다. 다른 선수들을 의식하고 팬들의 시선을 배려한 행동이었다. 김비오는 그린을 벗어나 아내와 두 딸을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장타의 비결, 오른쪽 발가락에 힘주는 스윙 김비오는 KPGA에서도 장타자에 속한다. GS칼텍스 매경오픈 마지막날 챔피언조에서 300야드를 날리는 김민준과의 거리 대결에서 결코 뒤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멀리 치는 홀도 있었다. 그는 원래 장타가 아니었다.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떨어졌던 그가 장타자 클럽에 합류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었다. 바로 임팩트 때 오른 엄지발가락 눌러주기이다. 4년 전까지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280야드에 불과했던 김비오는 다운스윙에서 임팩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오른 엄지발가락을 눌러주는 동작을 추가한 뒤 300야드를 넘기는 장타자가 됐다. 그는 “지난해부터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늘기 시작했다. 수많은 방법 중 가장 효과를 본 건 다운스윙으로 임팩트에 넘어가는 과정에서 오른발 엄지발가락을 눌러주는 동작이다. 이로 인해 지면 반력을 사용할 수 있게 돼 헤드 스피드가 빨라져 거리가 자연스럽게 증가했다”고 말한다. 스윙을 할 때 오른발 엄지발가락을 눌러준다고 하면 생소하게 들릴 수 있다. 자칫하면 몸 균형이 깨지고 중심축이 흔들릴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하지만 그렇게 겁먹을 일이 아니라는게 그의 말이다. 그는 “말 그대로 오른 엄지발가락을 바닥에 눌러준다는 느낌으로 스윙하면 된다”며 “이 동작만 되면 체중 이동과 임팩트 구간 가속 등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도 있다. 머리 위치를 어드레스부터 피니시까지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심축이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움직이면 안된다는 얘기이다. 중심축을 유지한 상태에서 오른발 엄지발가락을 눌러줘야 거리를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출처 : http://www.maniareport.com/view.php?ud=2022051006354210915e8e941087_19
|
Copyright ⓒ 주식회사 포시즌 All rights reserved.